2013년 1월 25일 금요일

세탁기가 고장난 썰

어느 블로그에 올려야 될지 몰라서 그냥 여기다 씀.

세탁기를 돌려놓고 방에서 짬짬이 확밀아 포인트를 소모해가며 일을 하고 있었다.
L군이 사온 군만두를 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세탁기에서 삘릴리 하는 소리가 났다.
'빨래가 끝났구나' 싶었는데 잠깐, 이건 평소에 듣던 소리가 아닌걸?

만두를 마저 다 씹고 세탁기를 확인하러 갔다.
'bE2'라는 에러가 찍혀있을뿐, 뭘 눌러도 반응도 없고 심지어 세탁기 문도 안 열린다.

리셋을 했다. 껐다 켜봤는데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다.
플러그를 뽑아놓고 좀 있다 다시 켜볼 요량으로 다시 방으로 컴백.

몇 일 전에도 잘 굴러갔는데 왜 저래? 하면서 신경을 껐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플러그를 연결하고 켜본다. 에러가 그대로다.

>>> 이런 젠장... 문제 발생 <<<

세탁기를 붙잡고 잠시 생각을 했다.

저 bE2는 필시 에러 코드다. 'b'타입의 'E'rror '2'번이라는 뜻일거다.
흠.. 근데 b 타입은 뭘까? 1번 에러는 어떤걸까? 2번이니까 1번보다 심각한 문제는 아닐지도... 잠깐, 에러코드는 심각한 정도에 따라 번호를 매겨야 하나? 아니면 발생빈도가 높을만한 에러부터 번호를 매기나? POSIX errno 는 어떤식이었지? 흠 유의미한 순서는 아닌거 같은데... 난 그냥 먼저 코딩한 놈이 빠른 번호였었지... 뭐, 그런건가..

이런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러는동안 L군이 bE2를 구글링 해본 모양이다.
같은 문제가 있었는데 세탁기를 뜯어서 청소했더니 고쳐지더라는 어떤 아저씨의 글이 뜨더란다.

아.... 이 타이밍에 공대생 트리거가 발동.



갑자기 신나서
'뜯자! 뜯자! 뜯자! ㅋㅋㅋㅋㅋ 아싸! 세탁기 뜯는다!! ㅋㅋㅋ'
하면서 드라이버를 챙기고 세탁기 분해 시작. -0- 그래.. 남들은 차를 사면 이것저것 사와서 꾸미기 바쁜데 나는 제일 먼저 뜯어봤지 -_-;;

윗 두껑과 전면 컨트롤러 쿨하게 제거.
삼성 하우젠. 모델명은 기억안나.

분리된 전면 컨트롤러.
진짜 조악하다. 원가절감의 끝판왕인듯...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안에 낀 오물 제거하고 다시 조립하면 잘 돌아갈것으로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뭐 다 그런거 아닌가? 재밌으니까 그냥 한번 뜯어보는거지 뭐;;
생각해보니 에러코드 사진을 안 찍어서 컨트롤러를 들고 세탁기로 다시 가서 전원만 인가하고 에러코드 나오는 장면을 사진으로 기록.

에러코드 : bE2
열심히 슥슥 닦아서 다시 세탁기에 연결해보았으나 여전히 에러 발생!

음... 이 에러는 'b', 즉 버튼(button) 에러다.
버튼이 눌려 있거나 습기가 차면 발생한다는 정보를 구글을 통해 입수.
습기는 안 차 있으니 무시. 그럼 뭐? 눌려있다고?


공돌이긴 하지만, 우린 컴돌이. 그래도 공돌이는 공돌이다. 다만, 인두나 테스터기 따위를 구비할 정도의 공돌이는 아니라는게 문제였다.

'아... 저거 테스터기로 한번 쭉 찍어보면 바로 딱 나오는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맥가이버에 빙의되서 테스터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_-;;

미친듯이 온 집안을 뒤지다가 쓸만해 보이는 아래 아이템을 발굴.


  • 거의 10년은 된거 같은 iptime 공유기 (LED를 뜯어낼 요량으로..)
  • 베이스 앰프 전원 아답터. DC 9V 나온다.
  • 난 듀라셀만 쓰는데? 어쨌든 베이스 가방에 들어 있던 9V 배터리.
  • 역사의 유물. IDE 케이블. 심지어 80선도 아니고 40선짜리;;
  • 옛날 오버질에 심취해 있을때 노스브릿지에 붙이려고 샀었던 싸구려 비됴카드 쿨러.
  • 듀라셀 1.5v AAA 2개
  • 칼, 가위, 절연테이프 등.


IDE 케이블에서 2줄을 뜯어서 사용하기로 하고 세심한 가위질로 분리 작업 고고싱.
근데 피복을 벗겨야 되는데 장비가 없어서 그냥 라이터로 태웠다.
태우고 나서 페이퍼 타올로 슥슥..
머릿속으로만 흥얼거린다는게 그만 실제로도 소리를 내고 말았던 맥가이버 오프닝... =ㅅ=


짜잔! 쿨러가 12v 라서 1.5v짜리 2개 더 준비한건데 그냥 9v에서도 동작;; 덕분에 시간을 벌었다. 여기까지 하고 급 배고파져서 라면을 끓여먹으면서 맥가이버 BGM을 들었다.
아.. 맥가이버 아저씨 ㅠㅠ 영원한 우리의 우상 ㅠㅠbbbbb


전기가 통하면 저 팬이 돌면서 LED에 불도 들어옴.

이제 이 홈메이드 테스터기로 제대로 동작 안 하는 버튼이 어떤놈인지 색출을 해보자.
한 놈 한 놈 다 찍어본 후 제일 왼쪽에 있는 수위조절 버튼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


... 근데... 흠...


 여기서부터가 이상한데, -_-a

펌웨어의 버튼 기능 테스트 로직에 의구심을 품었던 우리는 고의적으로 수위조절 버튼을 쇼트시키고 세탁기에 다시 연결을 해봤다. 물론, 우린 납도 없고 인두기도 없다. 그냥 이렇게 하는게 최선이었다.


아니 근데,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상황인가?

세탁기가 동작한다?!
왜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쨌든 문제가 해결되었으므로 세탁기를 다시 조립하고 돌리던 빨래나 마저 돌리면 되는거다. ㅋㅋㅋㅋ 를 연발하며 세탁기 조립.


근데 조립 후에 또 안됨. bE2... orz


결국은 정공대로 인두기와 똑딱이 버튼이 있을만한 곳에 가서 새 똑딱이로 바꾸고 올 계획.
아.. 정공은 A/S를 부르는건가? -_-a


교훈 0. 리붓해도 해결이 안되면 심각한 문제
교훈 1.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패치로 문제가 해결된듯 보인다고 그대로 커밋하면 큰일남.
교훈 2. 맥가이버 오프닝은 지금 들어도 감동이다.


보너스로 맥가이버 오프닝.



fin.